드디어 청이가 떠나는 날이 되었어.
[나리][되어써]
정성껏 차린 밥상을 받고 심 봉사는 입이 떡 벌어졌어.
[밥쌍을][받꼬] [이비] [버러져써]
“우리 형편에 고깃국을 다 끓이다니, 오늘이 무슨 날이냐?”
[형펴네][고긷꾸글] [끄리다니] [나리냐]
“아버지, 부디 용서해 주세요. 쌀 삼백 석을 구하려고 인당수 제물이 되기로 했어요.”
[삼백써글] [해써요]
“아니, 너 죽고 내가 눈 뜬들 다 무슨 소용이냐.
[죽꼬]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지. 안 된다! 절대로 못 간다!”
[낟찌] [절때로][몯깐다]
심 봉사는 울고불고 소리치며 말렸지만,
[말렫찌만]
청이는 마지막으로 큰절을 올리고 뱃사람을 따라 나섰어.
[마지마그로][큰저를] [밷싸라믈] [나서써]
드디어 청이를 태운 배가 바다 가운데 인당수에 닿았어.
[다아써]
갑자기 하늘이 깜깜해지더니, 우르릉 쾅! 천둥 번개까지 쳤어.
[갑짜기][하느리][깜깜해지더니/깜까매지더니]
거센 파도는 배를 뒤집을 듯 철썩이며 솟구쳐 올랐지.
[뒤지블뜯] [철써기며][솓꾸쳐][올랃찌]
“아버지, 꼭 눈을 뜨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뱃머리에 올라선 청이는 배가 소용돌이에 말려들기 전에
[밴머리에] [소용도리에]
바닷속으로 훌쩍 몸을 던졌어.
[바닫쏘그로]
청이를 삼킨 바다는 거짓말처럼 잔잔해졌어.
[거진말처럼]
청이는 캄캄한 물 속으로 하염없이 떨어지다가 눈을 번쩍 떴어.
[물쏘그로][하여멉씨]
온갖 보석이 반짝이는 용궁이 눈앞에 나타난 거야.
[누나페]
‘여기가 어딜까? 나는 죽은 걸까?’
[주근]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누군가 청이를 불렀어.
[인는데]
“청아, 엄마다! 우리 청이가 이렇게 자랐구나.”
[이러케][자랃꾸나]
“어머니!” 청이는 용궁에서 어머니와 함께 꿈 같은 날들을 보냈어.
[꿈가튼][날드를] [보내써]
‘아버지는 지금쯤 눈을 뜨셨을까?’
[누늘][뜨셔쓸까]
아버지 걱정말고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기만 했지.
[걱쩡말고는] [행보카기만]
“청아, 용궁에서 지낸 지도 오래 되었구나.
[되얻꾸나]
이제 그만 세상 위로 올라가도록 해라.”
[올라가도로캐라]
용왕님은 청이를 불러 커다란 연꽃 속에 앉게 했어.
[연꼳쏘게][안께]
청이가 용왕님과 어머니께 큰절을 올리자,
[큰저를]
꽃잎이 스르르 오므라들었어.
[꼰니피] [으므라드럳써]
커다란 연꽃은 바다 위로 둥둥 떠올랐지.
[연꼬츤]
뱃사람들은 바다 위에 커다랗게 빛나는 연꽃을 보고 깜짝 놀랐어.
[커다라케][빈나는]
“세상에 희한한 꽃을 다 보겠네. 건져다가 임금님께 바쳐야겠다.”
[히한한/히하난] [보겐네]
임금님도 커다란 연꽃이 너무나 신기해서 한참 들여다보았어.
[연꼬치] [드려다보아써]
그 때, 꽃잎이 스르르 벌어지더니 청이가 나타났어.
[꼰니피]
임금님은 꽃에서 나온 청이를 보고 대체 어찌 된 일인지 물어 보았어.
[꼬체서] [된니린지] [무러보아써]
청이는 다소곳이 지난 일들을 이야기했지.
[다소고시][지난닐드를]
“오호, 그 마음이 정말 아름답구려.
[아름답꾸려]
이 나라의 어머니인 왕비가 되어 주시겠소?”
[나라에] [주시겓쏘]
임금님은 착하고 어여쁜 청이를 왕비로 삼았어.
[차카고] [사마써]
청이는 왕비가 되어 아버지부터 찾았지.
[차잗찌]
하지만 심 봉사는 눈을 뜨지도 못하고 마을을 떠나 버린 뒤였어.
[모타고][마으를] [뒤여써]
‘온 나라 안의 장님이 모인다면 아버지를 뵐 수 있을지도 몰라.’
[아네]
청이는 아버지를 만날 생각에 나라 안의 장님이라는 장님은 모두 불러 큰 잔치를 벌였어.
[생가게] [아네]
잔칫상마다 맛난 음식이 그득그득 차려지고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어.
[난칟쌍마다][만난]
‘아버지, 제발 살아만 계세요.’
[사라만]
잔치는 몇 날 며칠 이어졌지만 심 봉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어.
[면날며칠] [이어젿찌만] [모스븐][차즐쑤업써써]
마지막 날, 잔치가 끝날 시간이 다 됐는데도 심 봉사는 보이지 않았어.
[마지망날] [끈날] [됀는데도]
그 때, 저만치서 지팡이 짚고 터덜터덜 걸어오는 노인이 있었지.
[집꼬] [거러오는][노이니이썯찌]
누더기 차림에 거지꼴이었지만 청이는 단박에 아버지를 알아보았어.
[차리메][거지꼬리얻찌만] [단바게]
“아버지! 저예요, 청이예요.” “뭐라고, 청이가 살아 있단 말이냐?”
[사라읻딴마리냐]
“어디 우리 청이 얼굴 한 번 보자꾸나.” 심 봉사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번쩍 떴어.
“그래, 우리 청이, 청이로구나.” 심 봉사는 왕비가 된 청이를 보고 또 보았어.
“아버지, 아버지가 눈을 뜨셨어요!”
[뜨셔써요]
두 사람은 너무 기뻐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어.
[부둥켜안꼬][눈무를흘려써]
효녀 청이는 눈을 뜬 아버지를 정성껏 모시면서 궁궐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대.
[궁궈레서][행보카게] [사랃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