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어. “잔칫집 일이 아직도 안 끝났나. 얘가 왜 안 오지?”
[바미어써] [잔칟찝니리] [끈낟나]
심 봉사는 이웃집 개가 컹컹 짖어도 청이가 오나 싶었고
[이욷찝] [지저도] [시펃꼬]
바람결에 사립문이 덜커덕 흔들려도 청이가 오나 싶었어.
[바람껴레][사림무니] [시퍼써]
기다리고 기다려도 청이는 오지 않았어.
[아나써]
“안되겠다, 어디쯤 오나 나가 봐야지.” 심 봉사는 지팡이를 짚어 가며 더듬더듬 걷다가
[안되겓따] [지퍼] [걷따가]
그만 발을 헛디뎌 개울에 풍덩 빠지고 말았어.
[바를][헏띠뎌][개우레] [마라써]
“어푸 어푸, 사람 살려!”
마침 지나던 스님 한 분이 난데없는 고함 소리에 놀라 달려왔어.
[부니][난데엄는]
스님은 허우적대는 심 봉사를 건져 주었어.
[허우적때는]
“아이고, 고맙습니다. 스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고맙씀니다] [덕뿌네][사랃씀니다]
스님은 심 봉사를 가만히 살피더니 쯧쯧 혀를 찼어.
[가만히/가마니]
“딱하게도 앞을 못 보는구려. 허나 눈 뜰 방법이 영 없는 것도 아닌데.”
[따카게도] [엄는][걷또]
심 봉사는 가슴이 두근거렸어.
[가스미][두근거려써]
“정말입니까? 스님, 어찌하면 눈을 뜰 수 있습니까?”
[정마림니까] [누늘][뜰쑤][읻씀니까]
“부처님 앞에 쌀 삼백 석을 바치고 열심히 기도 올리시오.
[아페] [삼백써글] [열씸히/열씨미]
반드시 눈을 뜨게 될 것이오.”
[누늘] [될꺼시오]
심 봉사는 눈을 뜬다는 말에 쌀 삼백 석을 바치겠노라고 스님께 선뜻 약속하고 말았어.
[마레] [삼백써글][바치겐노라고] [약쏘카고][마라써]
늦게야 돌아온 청이는 서둘러 상을 차렸어.
[늗께야][도라온] [차려써]
심 봉사는 밥상을 앞에 두고 한숨만 푸욱 푹 내쉴 뿐이었지.
[밥쌍을][아페] [뿌니얻찌]
“아버지, 무슨 걱정이 있으세요?”
[걱쩡이]
쌀 삼백 석을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뜰쑤읻따는]
청이는 밤새 빌고 또 빌었어.
[비러써]
“아버지께서 눈을 뜰 수 있다면 이 목숨이라도 바치겠어요.”
[목쑤미라도][바치게써요]
며칠 뒤, 이상한 소문으로 온 마을이 술렁거렸어.
[소무느로] [마으리][술렁거려써]
“중국으로 가는 뱃사람들이 제물로 쓸 처녀를 산대요.
[밷싸람드리]
인당수를 지날 때마다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뒤지피는][바라메]
열다섯 살 처녀를 바쳐 제사를 지낸대요, 글쎄.”
[열다섣쌀]
청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뱃사람들을 찾아갔어.
[그마를][듣짜마자][밷싸람드를][차자가써]
“쌀 삼백 석만 주신다면 제가 기꺼이 제물이 되겠어요.”
[삼백썩만]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뱃사람들은 선뜻 쌀 삼백 석을 내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