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소가 된 게으름뱅이

[옛이야기]소가 된 게으름뱅이

옛날 어느 마을에 아주아주 게으른 남자가 살고 있었어.

얼마나 게을렀냐 하면

그저 먹고 자고, 먹고 놀고, 또 먹고 자고, 먹고 놀곤 했지.

그러다가 심심하면 일하는 사람들을 흉봤어.

어휴, 얼마나 먹고들 살려고! 그저 일밖에 모른다니깐.”

일도 않고 빈둥거리니 얼마나 하루 해가 길겠어.

풀밭에 벌러덩 누워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그만 잠이 들었어.

 

선뜩선뜩 추워서 눈을 떠 보니 벌써 저녁이지 뭐야.

하늘에는 하나 둘 별도 떠 있었지.

게으름뱅이는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갔어.

하루 종일 논으로 밭으로 뛰어다니며

일을 한 아내가 버럭 화를 냈어.

일할 때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해 지고 배고프니깐 집에 들어오는구려.

너무해요, 너무해!”

 

, 지긋지긋한 저 잔소리

게으름뱅이는 아내의 잔소리가 끔찍이도 싫었어.

차라리 집을 나가 편하게 살아야겠다.”

게으름뱅이는 아내가 땀을 흘려 짜 놓은 옷감 두 필을 가지고 집을 나왔어.

왜 옷감을 가지고 나왔느냐고? 팔아서 밥 사 먹으려는 생각이지.

 

집을 나와 한참 걷다 보니 뒷산 고개에 닿았어.

생전 힘든 일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 본 게으름뱅이는 그새 지치고 말았어.

아이고, 다리야. 좀 쉬었다 가자.”

둘러보니 집이 한 채 있네. 무심코 쓰윽 들어갔지.

집 안에는 머리 하얀 할아버지가 마루에 앉아 뭔가 만들고 있었어.

 

영감님, 뭐 하세요?” 게으름뱅이가 물었어.

소머리 만들어.”

소머리요? 그까짓 소머리는 뭐 하려고 만드세요. 고생스럽게.”

할아버지는 소머리 탈을 소중하게 쓰다듬었어.

이건 보통 소머리가 아냐. 소원을 들어 주는 소머리야.”

소원을 들어 준다고요?”

게으름뱅이는 욕심이 생겼지.

영감님, 이 옷감하고 그 소머리를 바꿉시다.”

그러게나. 이 소머리는 자네 머리에 잘 맞을 거야.”

 

게으름뱅이는 빼앗듯 소머리 탈을 가져다가 덥석 얼굴에 썼어.

탈은 얼굴에 착 달라붙었지.

, , !”

게으름뱅이가 놀라서 탈을 벗으려고 했지만 탈은 벗겨지지 않았어.

게으름뱅이가 소리쳤어.

영감님, 탈 좀 벗겨 주세요!”

그런데 입에서 나오는 건 소 울음소리뿐이었어.

음매애애~”

옛다, 소가죽도 입거라.”

할아버지가 소가죽을 턱 걸쳐 주자 게으름뱅이는 진짜 소가 되고 말았어.

 

할아버지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끌고 집을 나섰어.

영감님, 영감님! 저는 소가 아니에요.”

게으름뱅이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어.

음매애~ 음매애~”

그러나 소 울음소리만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왔지.

 

할아버지는 게으름뱅이를 장에 끌고 가 팔았어.

이 소는 무척 게으르다오.

일을 안 하면 채찍으로 흠씬 때려 줘요.”

할아버지는 소를 산 농부에게 말했어.

그리고 무를 먹으면 죽으니,

절대로 무밭에는 데려가지 마시오.”

거참, 이상한 소구만요.”

농부는 채찍을 휘두르며

게으름뱅이를 끌고 갔어.

 

게으름뱅이는 농부의 집에 가서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을 해야만 했어.

넓고 넓은 논을 갈고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날랐지.

매일 놀고 먹고, 먹고 놀던 게으름뱅이가 얼마나 힘들겠어.

게으름뱅이는 지치고, 자신의 신세가 서글펐어.

배는 또 얼마나 고팠게.

 

어구구, 어구구! 여보슈, 나는 소가 아니오.

제발 나 좀 살려 주시오.”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 없는 일이었어.

음매애~ 음매애~”

들리느니 소 울음 소리잖아.

이놈의 소가 왜 일은 안 하고 울기만 해!”

오히려 농부에게 실컷 두들겨 맞았지.

 

날이 가고 달이 바뀌어도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었어.

뼈가 부러지도록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거친 여물죽이 기다리고 있을 뿐.

게으름뱅이는 밤마다 눈물을 주르르 흘렸지.

게으름만 피우던 내가 벌을 받는구나.”

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잔소리꾼 아내가

그렇게 그리울 수 없었어.

 

이렇게 소가 되어 사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자.”

게으름뱅이는 더는 견딜 수가 없었어.

무를 먹으면 죽는다던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지.

쏜살같이 무밭으로 달려가 두적우적 무를 먹었어.

그러자 이게 웬일이야?

소머리 탈이 뚝 떨어지고, 소가죽이 훌러덩 벗겨지는 거야.

 

내가 다사 사람이 되었구나. 사람이 되었어!”

게으름뱅이는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외쳤어.

농부가 놀라서 달려왔지.

게으름뱅이는 여차여차 저차저차 지난 일들을 이야기했어.

이제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살겠어요.”

농부는 게으름뱅이의 손을 덥석 잡았어.

어서 집에 가 봐요. 아내가 얼마나 기다리겠소.”

 

게으름뱅이는 집을 향해 달려가다가

할아버지 집이 있던 곳에 멈춰 섰어.

이상하다. 분명 여기였는데.”

집은 온데간데없고 풀숲에 옷감 두 필이 놓여 있었어.

분명 산신령님이 내 게으름을 깨우쳐 주시려는 게야.”

게으름뱅이는 옷감을 짊어지고

그리운 아내가 있는 집으로 구르듯이 달려갔대.

그 다음 얘기는 알아서 생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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