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깊은 산 속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살았어요.
이 호랑이가 “어흥~~”하고 한번 울면
산 위 동물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산 아래 사람들은 문을 꼭꼭 잠갔지요.
어느 깊은 밤, 호랑이가 어슬렁 마을로 내려왔어요.
슬슬 배가 고파 왔거든요.
어슬렁 어슬렁 외딴 초가집 앞을 지나는데,
먹음직스런 송아지가 눈에 띄었어요.
호랑이는 얼씨구나 하고 앞마당으로 들어섰지요.
그 때였어요.
“으앙~, 으앙~”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 왔어요.
“아가야, 뚝 해야지. 엄마가 엿 줄게, 응?”
‘엿이라니…, 그게 뭘까?’
궁금해진 호랑이는 방문에 귀를 바싹 대었지요.
엄마가 달래도 아기는 막무가내였어요.
“뚝 그쳐, 뚝! 자꾸 울면 호랑이가 잡아 간다.
아이고, 무서워라. 밖에 벌써 호랑이가 와 있네!”
호랑이는 화들짝 놀랐어요.
‘이크! 내가 온 걸 어떻게 알았지?’
그런데 아기는 울음을 그치기는커녕
더 크게 울어 댔지요.
‘거참, 이상하네. 내가 무섭지도 않은 모양이지.’
“그래그래, 우리 아기. 엄마가 곶감 줄게, 응? 곶감.”
그러자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친 거예요.
‘도대체 곶감이라는 게 뭐지?’
헉! 나보다 더 힘세고, 무서운 놈인가 보다.’
호랑이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어요.
바로 그 때였어요.
털썩!
무언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탔어요.
몰래 담을 넘어오던 소도둑이었지요.
아이고, 야단났네. 곶감이다, 곶감!
곶감이 날 잡으러 왔구나.’
호랑이는 너무 무서워 오들오들 떨었어요.
소도둑은 또 어떻고요.
‘헤헤, 소 등에 제대로 올라탔구나.’
호랑이 털을 한 웅큼 단단히 움켜쥐었어요.
‘이놈의 곶감아, 제발 떨어져라!’
호랑이는 있는 힘을 다해 온몸을 흔들었어요.
‘이놈의 소, 왜 이리 힘이 센가!’ 도둑도 있는 힘을 다해 매달렸지요.
‘곶감이 아무리 힘이 세도 빨리 달리면 떨어져 나가겠지!’
호랑이는 소도둑을 등에 태우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달리기 시작했어요.
‘내가 떨어질 줄 알고. 어림도 없지.’
호랑이가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소도둑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마을을 이리저리 휙휙,
산 속을 이리저리 쌩쌩,
호랑이는 밤새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어요.
어느새 날이 훤히 밝아 왔어요.
소도둑은 그제야 호랑이 등에 타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아이고, 이게 웬 날벼락이냐. 소인 줄 알았더니 호랑이네!’
소도둑은 그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지요.
어떻게든 호랑이 등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놈의 호랑이가 멈추질 않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마침 저 앞에 커다란 나무가 보였어요.
‘옳거니!’
소도둑은 호랑이가 나무 밑을 지날 때
재빠르게 나뭇가지를 붙잡았어요.
소도둑은 가까스로 날뛰는 호랑이 등에서 벗어났지요.
호랑이는 호랑이대로
“걸음아, 호랑이 살려라!”
소도둑은 소도둑대로
“걸음아, 도둑님 살려라!”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어요.
호랑이가 겨우겨우 한숨을 돌리는데,
숲 속의 동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어요.
“호랑이님, 호랑이님! 밤새 무슨 일 있었어요?”
“에헴! 내 너희들을 위해 지난 밤 곶감을 붙잡아 혼쭐을 내주었다.
그러느라 힘을 좀 썼더니….”
동물들은 웃음을 참았어요.
간밤에, 겁에 질린 호랑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동물들은 기다렸다는 듯 냅다 소리쳤어요.
“곶감이다, 곶감! 곶감이 나타났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 호랑이 도망을 치는데,
바람보다도 번개보다도 더 빨랐다나요?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웠던지,
동물들은 배꼽을 쥐고 웃었답니다.